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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정보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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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_ 2024. 1. 2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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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라면요리왕(ラーメン発見伝), 1999, 쿠베 로쿠로(久部緑郎) 작

 

 일본의 만화 라면요리왕(원제:라면발견전)에서는 이러한 장면이 나온다. 유명 라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세리자와는 '말린 은어 라멘'으로 우려낸 국물을 사용한 라멘으로 큰 인기를 얻는다. 가게에는 '담백한 맛 은어 라멘'과 '진한 맛 은어 라멘' 메뉴 2개가 있었는데...

 

 

 주인공 후지모토는 '진한 맛 은어 라멘'에서는 은어의 풍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맛을 알지 못하는 손님들에게 하는 '과장 광고'라고 주장한다.

 

 

이를 들은 가게 사장 세리자와는, 후지모토가 맛은 잘 알아냈지만, 라멘도, 손님도, 장사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한다.

 

 

 후지모토는 잘 만들어진 담백한 맛 라멘으로도 장사를 성공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하지만, 세리자와는 이를 부정하며 진한 맛 라멘이 만들어진 계기를 설명한다.

 

 

 과거, 담백한 맛 라멘이 인정받지 못해 파리만 날리고 있던 세리자와는, 자신의 라멘을 욕하는 손님, 일명 '맛알못'들에게 반발심에 라드(돼지기름)을 잔뜩 넣은 라멘을 내어버린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은어의 향은 느껴지지도 않을 자극적인 라멘을 맛있다고 느끼고, 그것이 인기 메뉴이자 비결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세리자와가 깨달은 것은, 손님은 '라멘'이 아닌 '정보'를 먹는다는 사실이었다. 즉, 요리의 '맛'이라는 요소 외에도, 은어를 넣었다는 '정보', 인기 가게라는 '평판', 주변의 '분위기'... 이 외에도 수많은 요소들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요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만화에서도 예시로 모나리자와 같은 명화를 들었듯이, 예술 작품 또한 그렇다. 재미있는 작품이 항상 호평받는 건 아니다. 잘 짜여진 작품성이 항상 인기있는 건 아니다.

 

 생각해봐라. 웹툰 같은 작품을 보았을 때 아래의 (호평하는/비평하는) 댓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마음 속의 평가가 바뀐 적이 있지 않은가?

 요즘 인기있다고 소문난 영화를 보러갔을 때는 일단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깔려있지 않은가? 그렇다. 이는 모든 작품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스토리를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시대, 소비자, 플랫폼, 시장, 상황, 예산, 경제, 니즈, 효율성...  수도 없이 많은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잔재해 있다. 그걸 파악하고 적용한 스토리야 말로 '잘 팔리는 작품', '인기있는 작품'을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길만이 비로소, 작품의 진정한 은어 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이 되리라.